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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3 다산평전 중 가계(家誡)


↑ 다산이 쉰다섯살이 되던 1812년에 외동딸이 시집을 가매 다산은 <매조도>를 그리고 화제(畵題)를 써서 시집가는 딸에게 주었는데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고 작품.   

 

 

다산이 강진읍내 주막(사의재:四宜齋)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다산의 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뒤부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차분한 마음으로 고향에 두고온 두 아들에게 간곡하고 간절한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가계(家誡: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으로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를 쓰기 시작했는데, 1808년과 1810년 두 해에 두 아들에게 보낸 가계 9통이 문집에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 소개하고 싶은 가계 세편.


 


재물은 자손에게 전해 준다 해도 끝내 탕진되고 만다.  다만 가난한 친척이나 가난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왜 그런가 하면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재물을 사용함은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고,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 두는 방법으로는 남에게 시혜(施惠)하는 방법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시혜해 버리면 도적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고 불에 타 버릴 걱정이 없고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다.  그리하여 자기가 죽은 후 꽃다운 이름을 천년 뒤까지 남길 수도 있다.

                                                 (두 아들에게 일러 주는 가계:示二子家誡)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따히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이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저절로 우러나올 것이다.  만약 포목 몇자 동전 몇 닢 정도의 사소한 것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氣象)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게 되니, 너희는 정말로 주의하여라

 

                                   (다시금 두 아들에게 일러 주는 가계:又示二子家誡)

 

 

 

소견이 좁은 사람은 오늘 당장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의욕을 잃고 눈물을 질질 짜다가도 다음 날 일이 뜻대로 되면 벙글거리고 낯빛을 편다.  근심하고 유쾌해하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느끼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정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데,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웃지 않을 수 없다. ‥‥‥ 요컨대 아침에 햇볕을 환하게 받는 위치는 저녁때 그늘이 빨리 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시드는 법이어서 바람이 거세게 불면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는 가슴속에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 贐學游家誡)


 

 

가계가 다산이 자식들에게 교훈으로 내린 글이지만 그 깊이와 넓이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내용들이며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되새김질하며 읽어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선조의 귀중한 글이라 좋은 글 한번씩 보자고 손가락운동 좀 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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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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