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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31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산문집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저자의 고향인 진메마을의 이야기.  첫번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라는 산문집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진메마을에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삼아 풀어 놓은 산문집인데  엄마에게 예전 이야기를 듣듯 고런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의 책이다.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 후 이듬해 교직시험을 보고 21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고 정년까지 (2008년) 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선 풀 냄새가 나고 바람의 소리도 들린다.  때때로 밤하늘을 보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그의 글 속에서 살아나 나를 깨운다.  나또한 촌에서 자란 촌년이어서인가... 

 

 

책 속의 이야기 하나.

김용택 시인이 근무하는 학교 김숙주라는 선생님의 이야기. 

숙주나물처럼 생긴 그 여선생인 학교 밑 마을에서 자취를 했는데 그 방에도 생쥐가 들랑거렸던 모양이다.  하루는 여느 때와 똑같이 저녁밥을 먹고 추운 방에서 이불을 덮고 엎드려 책을 보려는데 윗목 구석으로 우연히 눈길이 가더란다.  그런데 아, 거기 쥐가 구멍에서 막 나오려다 김숙주 선생을 쳐다보더란다.  어찌나 무섭던지 그냥 엉겁결에 몸서리를 치며 크게 고함을 지르자 큰방에 있던 식구들이 놀라서 신도 안 신고 뛰어왔더란다.  와보니 숙주나물 선생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 있더란다.  "왜 그러시냐"고 두어 번을 물어봐서야 두 손에서 얼굴을 뗀 김선생은 "쥐가 나를 쳐다봐요" 하더란다. '쥐가 쳐다봐?' 큰방 식구들은 속으로 '별 선생도 다 있지, 쥐가 쳐다본다고 그렇게 악을 써' 했단다.  그뒤로 나는 김숙주 선생을 늘 놀려먹었다. "쥐가 나를 쳐다봐" 나쁜 쥐 같으니라고 감히 사람을 쳐다보다니.                               

                              -쥐가 나를 쳐다봐요 중에서

 

 

뱀 이야기도 하나 나오는데, -뱀은 직선으로 쫓아오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 친구랑 고향에서의 기억을 이야기하다 말한 내용이 책속에 고대로 있어서 또 웃었다. ㅋ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고런 내용이...

 

 

 

읽다 보니 어린날 (예닐곱살의) 나의 기억 하나.

 

동네에 초상이 나면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 십시일반으로 장례를 치루는데, 밤엔 죽도 쑤고 상여가 나가는 날엔 상두꾼으로 상여도 매고 말이지 그중 상여 나가는 날의 구슬프던? 상여소리 (만가)가 생각이 난다.  울 윗집에 살던 아저씨가 상여에 올라 선창하시던 분이었는데 대략 요런식으로 불렀던~

"북망산이 어디메냐 우리 집 앞이 북망이네~  어화 어화~ 못가것네 못가것어 이대로는 못가것네..................... 나는 가네 나는 가네............ " 뭐 요런식이었던 듯 (정확하지 않다)  그 상여 나가는 날 온 동네 사람들 공터 넓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상여 나가는 걸 구경하고 그날 도시락을 나눠주는데 거기에 초코파이랑 까스활명수, 계란 뭐 요런 것들이 들어 있어서 고걸 먹었던 기억들... 지금은 시골도 고런 행사가 다 사라지고 이젠 장례식장에서 편하게 장례를 치루는 시대에 사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러저러한 기억들이 튀어 나온다.

 

 

참말로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는지,  요샌 그 그리움 덩어리들을 어디다 다 넣어 뒀는지 잊어 버리고 산 그리움들이 책 속에서 마구 튀어나와 돌아댕기네. 시인과 나와의 세대의 차이는 두고라도 언뜻언뜻 고향에서의 기억들이 생각나 웃음짓게 만드는 고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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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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