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즐거이 읽고 있는 책이 <다산평전>인데 절반정도 읽었다

(다 읽으면 디어뉴스에 소개 해 보겠음)

 

내용 중에 재미나고 유익한 이야기가 있어 맛뵈기로 디어뉴스 동지들에게 소개해 본다.

 

 

 

다산이 18년의 유배형에 처해지기 전에 특명으로 황해도 곡산 도호부사로 발령이 났는데 부임지에서 맡게 된 사건의 재판 결과가 재미나다.

 

이계심이라는 사람은 곡산의 백성으로 이전 원님이 다스릴 때 아전이 농간을 부려 포보포(砲保布 : 포군에게 바치는 군포) 40자의 대금으로 돈 900냥을 대신 거두었으므로 (본래는 이백냥을 걷어야 했음) 백성들의 원성이 시끄럽게 일어났다.  이에 이계심이 우두머리가 되어 농민 천명을 모아 관에 들어와 호소했는데 그들의 말이 공손하지 못해 관에서 형벌을 내리고자 하니, 천명이 한꺼번에 무릎을 걷어붙이고 이계심을 둘러싸 대신 매맞기를 청해, 형벌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전과 관노들이 각자 곤장을 들고 뜰에 모여 있던 백성들을 마구 치니 백성들이 모두 흩어졌는데 이계심도 탈출하여 도망가 숨어 사또가 감사에게 보고하고 오영(五營)에 명령을 내려 염탐해 붙잡게 했으나, 백성들이 숨겨주어 끝내 잡지 못했는데, 그러한 말이 서울에 와전되길 "곡산의 백성들이 들것에다 부사(府使)를 담아 객사 앞에 버렸다" 고 하였다.  이에 다산이 하직인사 다닐 때 정승 김이소 이하 여러 공들이 모두 주동자 몇 놈을 죽이라고 권하고, 채제공은 더욱 기강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다산이 곡산 땅에 들어서니 호소문을 들고 길을 막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그가 바로 이계심이었다.  곧바로 이계심에게 뒤따라오도록 했더니 아전이 말하길 "이계심은 오영에 체포령이 내려진 죄인으로 법에 따라 붉은 포승으로 결박하고 칼을 씌워 뒤따르게 함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 라고 했으니 다산이 물리쳤다.  관아에 오른 뒤에 이계심을 불러 앞으로 나오라고 하여 말하기를 "한 고을에 모름지기 너와 같은 사람이 있어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백성을 위해 그들의 원통함을 폈으니, 천금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너와 같은 사람을 얻기가 어려운 일이다.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 라면서 마침내 불문에 부쳤다.  이에 백성들의 원통함이 펴지고 화락해졌다.

 

                              『사암선생연보』 36세조   :  (다산평전 중에서)

 

 

한 고을의 수령 곧 목민관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쥔 막강한 권력자로 상당한 권한을 지녔다 할 수 있는데 다산은 목민관으로서 공렴(公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판결의 이유가 자신이 당할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 않고 백성이 당하는 폐해를 들어 관에 항의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관이 밝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는 그의 의지의 발로인 판결이었다.

 

 

위의 내용을 보면서 왕이 다스리는 시대에도 관리란 모름지기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다산의 판결문으로 볼 수 있는데 저 시대 '국민저항권'을 인정하는 다산의 지혜가 현 정부에는 모기 눈물만큼도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깝고 우리 국민의 복이 딱 요정도인가 싶어 한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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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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